
열대야의 기준은 밤 최저기온 25도입니다. 저녁 6시 1분부터 다음 날 아침 9시 사이에 기온이 한 번도 2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 그 밤이 열대야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25도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25도는 "몸이 잠들 준비를 못 하는 온도"의 경계선입니다. 사람은 심부체온이 내려가야 잠이 드는데, 방 공기가 25도를 넘으면 몸의 열이 빠져나갈 곳이 없어 이 과정이 막힙니다. 이 글에서 기준의 정확한 내용과 유래, 그리고 25도부터 잠이 안 오는 몸의 원리를 데이터와 함께 정리하겠습니다.
이 글은 2026년 9월 초, 부산의 여름 열대야가 끝나던 날에 썼습니다. 부산 관측 데이터로 세어 보니 올여름 열대야가 42일이었습니다. 그 집계도 뒤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
1. 결론부터
| 궁금한 것 | 답 |
| 열대야 기준 | 밤 최저기온 25도 이상 |
| "밤"의 범위 | 저녁 18시 1분 ~ 다음 날 아침 09시 (2009년 7월부터, 그전엔 하루 전체 최저기온 기준) |
| 초열대야 | 밤 최저기온 30도 이상 — 기상청 공식 용어는 아닙니다 |
| 누가 만든 말인가 | 기상청이 아니라 1966년 일본의 기상 수필가 |
| 왜 25도인가 | 잠들 때 필요한 심부체온 하강이 막히기 시작하는 온도라서 |
| 25도 아래면 안전한가 | 아닙니다. 22도부터 사망 위험이 늘기 시작한다는 국내 연구가 있습니다 |
2. 기상청 기준 — "밤"의 범위까지 정해져 있다
기상청의 열대야 판정에는 시간 구간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저녁 18시 1분부터 다음 날 아침 09시까지의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이어야 합니다.
원래는 하루(0시~24시) 최저기온을 썼는데, 2009년 7월부터 지금의 밤 기준으로 바뀌었습니다. 하루 최저기온이 새벽이 아니라 한낮 소나기 때 찍히는 경우처럼, "밤이 더웠는가"라는 질문과 어긋나는 사례를 걸러내기 위해서입니다.
함께 알아두면 좋은 여름 더위 용어를 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용어기준성격
| 열대야 | 밤(18:01~익일 09:00) 최저기온 25도 이상 | 기상청 공식 통계 지표 |
| 초열대야 | 밤 최저기온 30도 이상 | 비공식 — 일본에서 넘어온 말 |
| 폭염주의보 | 일최고 체감온도 33도 이상이 2일 이상 지속 예상 등 | 기상특보 (낮 더위) |
| 폭염경보 | 일최고 체감온도 35도 이상이 2일 이상 지속 예상 등 | 기상특보 (낮 더위) |
폭염특보는 낮의 더위, 열대야는 밤의 더위를 재는 지표라는 점이 다릅니다. 열대야는 특보가 아니라 통계·전달용 지표라서 "열대야 주의보"라는 공식 특보는 없습니다.
3. 이 말을 만든 건 기상청이 아니다
'열대야'는 원래 기상 용어가 아니었습니다. 일본의 기상학자이자 수필가인 구라시마 아쓰시(倉嶋厚)가 1966년 저서 「일본의 기후」에서 만든 말입니다. 일 최저기온이 25도면 싱가포르나 마닐라 같은 열대 도시의 밤처럼 더워서 잠을 이루기 어렵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입니다.
즉 25도라는 숫자는 처음부터 실험실에서 나온 값이 아니라 "이 온도부터는 잠자기 힘들더라"는 경험의 요약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975년 무렵 이 말을 들여왔고, 1980년대부터 기상청 예보에도 쓰이며 자리를 잡았습니다.
재미있는 건 그다음입니다. 반세기 뒤의 연구들이 이 경험칙이 얼추 맞았다는 걸 숫자로 확인해 줍니다.
4. 왜 25도부터 잠이 안 올까 — 몸의 열이 갈 곳이 없다
사람이 잠드는 데는 온도 조건이 하나 붙어 있습니다. 저녁부터 심부체온(몸속 장기의 온도)이 0.5~1도가량 내려가야 잠이 듭니다. 심부체온 하강 자체가 "이제 자자"는 생리 신호입니다.
이 하강은 몸이 열을 밖으로 버려야 일어납니다. 피부 혈관을 넓혀 열을 내보내고, 땀을 증발시켜 식힙니다. 문제는 이 두 경로가 모두 바깥 공기 온도에 좌우된다는 점입니다. 침실이 25도를 넘고 습도까지 높으면 열은 피부 밖으로 잘 안 나가고 땀은 증발하지 못합니다. 심부체온이 안 떨어지니 입면 신호가 켜지지 않고, 겨우 잠들어도 얕은 잠과 각성을 반복합니다.

연구 수치도 이 그림과 같은 방향입니다.
- 68개국 성인 4만 7천여 명의 손목 수면기록을 분석한 코펜하겐대 연구팀의 2022년 연구(국제학술지 원 어스)에서, 밤 최저기온이 30도를 넘으면 수면시간이 평균 14분 줄고, 25도 이상이면 하루 7시간을 못 자는 '수면 부족'이 될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 더위에 시달린 잠은 길이만 짧아지는 게 아닙니다. 수면에서 가장 중요한 깊은 잠(서파수면)과 렘수면부터 줄어듭니다.
- 서울대 연구팀이 2011~2017년 수도권 여름철 사망 자료를 분석했더니 밤 최저기온 22도에서 사망 위험이 4%, 25도에서 13% 증가했습니다. 냉방·환기가 없으면 실내는 바깥보다 3도 이상 높아질 수 있어서, 바깥이 22도인 밤에도 침실은 이미 열대야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입니다.
25도는 "잠들기 힘든 온도"의 경계이면서, 동시에 건강 위험이 뚜렷해지는 구간이기도 한 셈입니다.
5. 부산의 여름밤을 세어 봤다 — 42일
저는 날씨 앱을 만들면서 기상청 데이터를 다루는 개발자입니다. 말로만 "올여름 열대야가 길었다"고 하는 대신, 기상청 과거관측 일별자료(부산 159 지점)를 받아 일최저기온 25도 이상인 날을 직접 세어 봤습니다. (2026년 9월 2일 조회 기준. 기상청 공식 통계는 밤최저기온 기준이라 1~2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2026년 부산의 여름은 이렇게 흘러갔습니다.
- 첫 열대야 7월 11일 → 7월 20일부터 8월 10일까지 22일 연속 → 잠깐의 휴지기 → 8월 19일부터 9월 2일까지 다시 15일 연속
- 9월 2일 아침까지 합계 42일 (7월 16일, 8월 24일, 9월 2일)
- 9월 3일 아침 예보는 부산·울산·경남 21~24도(부산지방기상청 9월 2일 17시 발표) — 40여 일 만에 25도 선이 무너지며 사실상 올여름 열대야가 끝났습니다
낮도 기록적이었습니다. 7월 29일 부산 낮 최고기온이 38.8도로, 1904년 관측 시작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그런데 연도별로 놓고 보면 올해가 특별히 유별난 것도 아닙니다.

연도7월8월9월합계최장 연속
| 1994 | 19 | 22 | 3 | 44일 | 21일 |
| 2018 | 15 | 18 | 0 | 33일 | 21일 |
| 2024 | 9 | 30 | 16 | 55일 | 26일 |
| 2025 | 17 | 26 | 8 | 51일 | 18일 |
| 2026 | 16 | 24 | 2 | 42일 (9/2까지) | 22일 |
'역대급 폭염'으로 기억되는 1994년이 44일, 2018년이 33일인데, 최근 3년은 매해 40일을 넘고 있습니다. 특히 부산은 여름에 데워진 바다가 밤 기온을 받쳐 주는 해안 도시라 열대야 꼬리가 깁니다. 2024년에는 9월에만 열대야가 16일이었습니다. 9월 초에 끝난 올해는 오히려 일찍 끝난 편입니다.
6. 그래도 더운 밤에 잘 자는 법 — 원리는 하나다
앞의 원리를 알면 여름밤 숙면 요령은 전부 한 문장으로 정리됩니다. **"심부체온이 내려가도록 도와라"**입니다.
- 습도부터 잡습니다. 온도를 많이 못 낮춰도 습도가 50~60%면 땀 증발이 살아나 몸이 스스로 식을 수 있습니다. 에어컨 제습 모드가 그래서 효과적입니다.
- 잠들기 1~2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합니다. 피부 혈관이 열리며 열 방출이 빨라집니다. 찬물 샤워는 반대로 혈관을 수축시켜 열을 가둡니다.
- 에어컨은 초저녁에 침실을 미리 식히고, 타이머는 잠든 뒤 1~2시간을 덮게 겁니다. 심부체온 하강이 필요한 건 주로 입면 구간이기 때문입니다.
- 손발은 이불 밖으로 꺼냅니다. 손발은 혈관이 몰려 있는 몸의 라디에이터입니다.
- 술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잠드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도 새벽 각성을 늘려 수면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열대야 기준 온도는 몇 도인가요?
밤(저녁 18시 1분~다음 날 아침 09시) 최저기온 25도 이상입니다. 2009년 7월 이전에는 하루 최저기온 기준이었습니다.
초열대야 기준은 뭔가요?
밤 최저기온 30도 이상을 말합니다. 다만 기상청 공식 용어는 아니고, 일본에서 쓰이다 언론을 통해 넘어온 표현입니다.
밤 기온이 25도 아래면 안심해도 되나요?
아닙니다. 국내 연구에서 밤 최저기온 22도부터 사망 위험 증가(+4%)가 관측됐고, 냉방 없는 실내는 바깥보다 3도 이상 높을 수 있습니다. 바깥 기온보다 침실 온도·습도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안전합니다.
열대야는 보통 언제까지 이어지나요?
내륙은 8월 말이면 대체로 끝나지만, 바다를 낀 도시는 9월까지 갑니다. 부산은 2024년 9월에만 열대야가 16일이었고(마지막이 9월 20일), 2025년에도 9월 17일까지 열대야가 나타났습니다.
8. 정리
- 열대야는 밤(18:01~익일 09:00) 최저기온 25도 이상인 밤입니다. 1966년 일본에서 만들어진 경험적 표현이 공식 지표로 자리 잡았습니다.
- 25도가 경계인 이유는 잠드는 데 필요한 심부체온 하강이 그 온도부터 막히기 때문입니다. 후속 연구들은 25도 이상에서 수면 부족 확률과 사망 위험이 뚜렷이 늘어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 부산의 2026년 여름 열대야는 42일(자체 집계)로, 최근 3년 연속 40일 이상입니다. 더위가 길어지는 만큼, 여름밤을 견디는 요령도 상식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참고 자료
- 기상청 날씨누리 과거관측 일별자료(부산 159 지점), 2026-09-02 조회 — 본문 열대야 일수는 일최저기온 25도 이상 기준 자체 집계
- 부산지방기상청 육상예보, 2026-09-02 17:00 발표
- 아시아경제, 「여름 불청객 '열대야'가 원래 기상용어가 아니라고요?」 (2018-07-12)
- 이화여대 서울병원 보도자료 — 수면과 심부체온
- Minor et al., "Rising temperatures erode human sleep globally", One Earth (2022)
- SBS 뉴스, 「열대야 기준 25도 아랜데… "22도부터 사망 위험 증가"」 — 서울대 연구팀, 2011~2017 수도권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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