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소식을 보면 늘 붙는 숫자가 있습니다. 강풍반경 250킬로미터. 그러면 그 안에 들면 위험하고 밖에 있으면 괜찮다는 뜻으로 읽히죠.
그런데 실제로는 이런 일이 자주 생깁니다. 태풍은 600킬로미터 넘게 떨어져 있고, 강풍반경 안에 들지도 않았는데, 우리 동네에 강풍주의보가 걸립니다. 하늘은 멀쩡하고 비도 안 오는데 바람만 셉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태풍의 바람이 닿는 범위와, 태풍이 만들어낸 기압 배치가 바람을 일으키는 범위는 다릅니다. 강풍반경은 앞의 것만 알려주는 숫자입니다. 뒤의 것은 반경 밖 수백 킬로미터까지 갑니다.
이 글에서는 2026년 9월 제24호 태풍 크로반이 지나가는 동안 실제로 관측된 값을 가지고 그 구조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기상청 발표와 국내 공항 관측값이 근거이고, 수치는 전부 원문에서 가져왔습니다.
실제로 벌어진 일
2026년 9월 4일 오전 9시 관측(10시 발표) 기준입니다.
| 항목 | 값 |
| 태풍 위치 | 일본 오키나와 북쪽 약 320km 해상 (북위 29.5도, 동경 128.0도) |
| 중심기압 | 992hPa |
| 최대풍속 | 초속 23미터 — 강도 1 |
| 강풍반경 | 250km |
| 폭풍반경 | 0 |
| 이동 | 북북서 시속 11km |
그리고 같은 시각, 우리나라 상황입니다.
- 부산·울산 강풍주의보 발효
- 부산앞바다·울산앞바다 풍랑주의보
- 남해동부 먼바다 풍랑경보
태풍 중심에서 부산 해운대까지 직선거리를 재면 약 639킬로미터입니다. 발표된 강풍반경으로 나누면 2.5배가 넘는 거리입니다. 강도 역시 다섯 단계 중 맨 아래인 강도 1이었고, 폭풍반경은 0으로 나왔습니다.
가장 약한 등급의 태풍이, 반경 밖 640킬로미터에서, 특보를 만든 겁니다.
먼저 용어부터 — 반경이 두 개입니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게 태풍 정보에 반경이 두 개 나온다는 점입니다.
| 용어정의 | 크로반의 값 | |
| 강풍반경 | 초속 15미터 이상의 바람이 부는 범위 | 250km |
| 폭풍반경 | 초속 25미터 이상의 바람이 부는 범위 | 0 |
폭풍반경이 0이라는 건 "초속 25미터를 넘는 구역이 아직 없다"는 뜻이지 태풍이 아니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리고 두 반경 모두 태풍 자신이 만드는 바람만 잽니다. 태풍이 주변 기압 배치를 바꿔서 다른 데서 부는 바람은 이 숫자에 안 들어갑니다. 이게 이 글의 핵심입니다.
강도는 2026년부터 숫자로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중', '강', '매우 강', '초강력'이라고 불렀는데, 2026년 제1호 태풍부터 숫자 체계로 바뀌었습니다. 정성적인 표현이 오해를 부른다는 이유였습니다.
| 등급 | 풍속 | 시속 |
| 강도 1 | 17~24 m/s | 61~86 km/h |
| 강도 2 | 25~32 m/s | 90~115 km/h |
| 강도 3 | 33~43 m/s | 119~155 km/h |
| 강도 4 | 44~53 m/s | 158~191 km/h |
| 강도 5 | 54 m/s 이상 | 194 km/h 이상 |
단계가 4개에서 5개로 늘어난 것이라 옛 이름과 일대일로 대응시킬 수 없습니다. 이름 말고 풍속 숫자를 보시는 게 정확합니다. 그게 이번 변경의 취지이기도 합니다.
"중형 태풍"이라는 말은 이제 안 씁니다
크기 등급(소형·중형·대형·초대형)은 2020년 5월 15일부터 발표가 중단됐습니다. 지금은 강풍반경·폭풍반경 수치로만 제공합니다. 아직도 쓰는 글이 있는데 현행 기준이 아닙니다.
왜 반경 밖에서도 부는가 — 관측값으로 확인해 봅니다
여기서부터가 본론입니다. 부산과 제주 공항의 실제 관측값을 사흘치 늘어놓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대로 보입니다. 예보가 아니라 측정값입니다.
부산 (김해공항)
| 시각 | 풍향 | 풍속 | 기압 |
| 9월 1일 13시 | 남서 | 6.7 m/s | 1012 hPa |
| 9월 2일 15시 | 남남서 | 4.6 | 1010 |
| 9월 2일 23시 | 북동 | 1.5 | 1011 |
| 9월 3일 15시 | 북동 | 7.2 | 1009 |
| 9월 4일 07시 | 북동 | 8.2 | 1011 |
| 9월 4일 12시 | 북동 | 9.8 (순간 14.9) | 1011 |
두 가지가 보입니다.
첫째, 9월 2일 밤에 바람이 뒤집혔습니다. 그전까지는 남서~남남서풍이었습니다. 여름철 부산에 흔한 바람이죠. 그런데 2일 23시를 기점으로 북동풍으로 바뀌었고, 그 뒤로 사흘째 방향이 그대로입니다.
둘째, 방향이 바뀐 뒤로 계속 세지고 있습니다. 초속 1.5미터에서 시작해 7.2 → 8.2 → 9.8미터로 올라갔습니다. 순간풍속은 14.9미터까지 나왔고요.
그런데 기압을 보시면 이상합니다. 사흘 내내 1009~1012hPa로 거의 그대로입니다. 부산 위에 저기압이 온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제주 (제주공항)
같은 기간 제주는 이랬습니다.
| 시각 | 풍향 | 풍속 | 기압 |
| 9월 1일 18시 | 북 | 1.5 m/s | 1011 hPa |
| 9월 2일 18시 | 남서 | 5.1 | 1010 |
| 9월 3일 12시 | 동북동 | 6.2 | 1010 |
| 9월 3일 18시 | 동북동 | 7.2 | 1008 |
| 9월 4일 12시 | 동 | 15.4 | 1008 |
제주도 같은 시점에 동풍으로 돌았고, 풍속은 초속 1.5미터에서 15.4미터로 열 배가 됐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결정적인 차이가 나옵니다. 제주 기압은 1011에서 1008로 3헥토파스칼 내려갔습니다. 부산은 그대로인데 제주만 내려간 겁니다.
판이 기울고 있었습니다
바람은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붑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절대값이 아니라 차이입니다.
기압은 하루 안에서도 오르내리기 때문에, 날짜별로 비교할 때는 같은 시각끼리 놓고 봐야 합니다. 매일 오전 9시로 맞춰 보겠습니다.
| 지점 | 9월 2일 | 9월 3일 | 9월 4일 | 변화 |
| 강릉 | 1012 | 1014 | 1017 | +5 |
| 서울 | 1012 | 1013 | 1014 | +2 |
| 인천 | 1012 | 1013 | 1014 | +2 |
| 김해 | 1011 | 1011 | 1012 | +1 |
| 여수 | 1012 | 1011 | 1010 | −2 |
| 제주 | 1011 | 1011 | 1008 | −3 |
남북 기압차(강릉·서울·인천 평균에서 제주를 뺀 값)를 계산하면 이렇게 벌어집니다.
1.0 → 2.3 → 7.0 hPa
사흘 만에 일곱 배입니다. 기울기가 가팔라질수록 바람은 세지니, 풍속이 계속 올라간 것과 정확히 맞물립니다.
그런데 판을 기울인 게 태풍만은 아닙니다
여기서 흔히 오해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태풍이 남쪽 기압을 끌어내려서" 라고만 설명하는 글이 많은데, 위 표를 보시면 북쪽도 같이 움직였습니다.
벌어진 6hPa을 나눠보면 이렇습니다.
| 원인 | 기여 |
| 북쪽 기압 상승 (고기압이 밀고 들어옴) | +3.0 hPa |
| 남쪽 기압 하강 (태풍이 다가옴) | +3.0 hPa |
대략 반반입니다. 정오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면 북쪽 2, 남쪽 3으로 나와 태풍 쪽이 조금 더 크지만, 어느 쪽도 혼자서는 지금의 경사를 만들지 못합니다. 태풍이 남쪽을 끌어내리는 동안 북동쪽에서는 고기압이 밀고 올라왔고, 양쪽에서 판을 기울인 겁니다.
그리고 부산이 왜 그렇게 잠잠해 보였는지도 여기서 설명됩니다. 강릉 +5, 서울 +2, 김해 +1, 여수 −2, 제주 −3 — 부산은 오르는 쪽과 내리는 쪽의 경계에 놓여 있었습니다. 기압이 안 움직인 게 우연이 아니라 자리 때문이었고, 그러면서 바람은 세게 겪습니다. 경사면 한복판이니까요.
참고로 이 계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공항에서 발표하는 기압은 1hPa 단위로 반올림되고, 지점 여섯 곳으로 넓은 기압 분포를 대신 본 것입니다. 다만 어느 한쪽 단독이 아니라는 결론은 이 정도 정밀도로도 분명합니다.
북쪽 기압은 왜 올랐을까 — 태풍이 밀어올린 걸까
여기서 한 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태풍은 중심에서 공기를 위로 올려보내고, 그 공기는 높은 하늘에서 바깥으로 퍼져 나갑니다. 그렇게 퍼진 공기가 주변 어딘가에서 다시 내려앉으면 그곳 기압이 올라가겠죠. 그럼 북쪽 기압이 오른 것도 태풍이 한 일 아닐까요?
실제로 이런 현상은 있습니다. 태풍 주변 하늘이 유난히 맑고 건조해지는 게 그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기압이 오른 장소를 따라가 보면 확인됩니다.
9월 3일에서 4일 사이, 주변 나라까지 넓혀서 같은 시각 기압을 봤습니다.
| 지점 | 3일 | 4일 | 변화 |
| 베이징 (북서) | 1018 | 1016 | −2 |
| 칭다오 (서) | 1016 | 1015 | −1 |
| 강릉 | 1014 | 1017 | +3 |
| 서울 | 1013 | 1014 | +1 |
| 센다이·도쿄 (동) | 1010 | 1011 | +1 |
| 후쿠오카 (남동) | 1009 | 1008 | −1 |
| 제주 (남) | 1011 | 1008 | −3 |
두 가지가 어긋납니다.
태풍이 뿜은 공기가 내려앉는 거라면 태풍에 가까운 곳부터 올라야 합니다. 그런데 태풍에서 가장 먼 강릉이 가장 많이 올랐고, 가까운 후쿠오카와 제주는 오히려 내려갔습니다. 거리와 반대로 움직인 겁니다.
그리고 지금 이 일대에서 기압이 가장 높은 곳은 베이징입니다. 태풍 반대편이죠. 게다가 베이징은 내려가는 중이고 강릉은 오르는 중입니다. 고기압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넘어오는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뒤쪽은 빠지고 앞쪽이 차오르는 거죠.
정리하면 북쪽 기압 상승은 서쪽에서 건너온 고기압 때문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태풍이 위로 올려보낸 공기가 주변 고기압을 거드는 효과가 아예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번 상승의 주인은 따로 있습니다.
태풍이 공기를 빨아들이는 걸까
또 하나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그림이 있습니다. 태풍 중심 기압이 낮으니 그 빈자리를 채우러 먼 곳의 공기가 빨려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이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말 빨려 들어가는 거라면 바람이 태풍 쪽을 향해 불어야 하니까요.
| 태풍은 어느 방향에 | 빨려든다면 풍향 | 실제 풍향 | 어긋난 각도 | |
| 부산 (김해) | 방위 188도 (거의 정남) | 8도 = 북풍 | 45도 (북동풍) | 37도 |
| 제주 | 방위 162도 (남남동) | 342도 = 북북서풍 | 85도 (동풍) | 103도 |
제주를 보시면 분명합니다. 태풍으로 끌려간다면 북북서풍이 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거의 직각으로 어긋난 동풍입니다. 공기가 태풍을 향해 가는 게 아니라 태풍 옆을 스쳐 지나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결정적인 증거가 하나 더 있습니다. 부산 공기가 빠져나가 태풍을 채우러 갔다면 부산 기압도 같이 내려가야 합니다. 그런데 앞의 표에서 보셨듯 부산은 오히려 1hPa 올랐습니다. 부산의 공기는 태풍까지 가지 않습니다.
왜 곧장 안 가고 옆으로 흐를까
북반구에서는 지구 자전 때문에 움직이는 공기가 오른쪽으로 휩니다. 저기압을 향해 출발한 공기도 계속 오른쪽으로 밀리다가, 결국 중심으로 들어가는 대신 등압선을 따라 도는 상태에서 균형을 잡습니다. 지표 근처에서는 마찰 때문에 안쪽으로 조금 기울어질 뿐입니다.
그래서 북쪽이 높고 남쪽이 낮은 배치에서도 바람은 남쪽으로 곧장 가지 않고 동에서 서로 흐르는 형태가 됩니다. 부산과 제주가 나란히 동풍·북동풍으로 돈 이유입니다.
재미있는 건 우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는 점입니다. 블랙홀도 주변 물질을 곧장 삼키지 못합니다. 물질이 회전하던 기세를 갖고 있어서 원반을 이루며 돌죠. 태풍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으로 수렴하는 공기가 회전 기세를 유지한 채 돌기 때문에, 중심으로 갈수록 회전이 빨라집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팔을 오므리면 빨라지는 것과 같은 원리고, 태풍 눈 주위 바람이 그토록 사나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둘 다 "빨아들인다"기보다 "궤도를 돈다"에 가깝습니다.
위성영상에서는 이렇게 보입니다
이틀 간격으로 같은 시각의 위성영상을 놓고 보면 변화가 분명합니다.

9월 2일입니다. 태풍은 화면 오른쪽 아래, 한참 남동쪽에 작게 있습니다. 우리 남해상은 비교적 조용합니다. 이때 부산은 아직 남풍이었습니다.

이틀 뒤입니다. 같은 태풍이 북서쪽으로 올라와 일본 규슈 남쪽까지 왔고, 소용돌이 모양이 훨씬 뚜렷해졌습니다. 회전하는 구름 팔 하나가 규슈를 지나 우리 남해상까지 뻗어 있습니다.
10분 간격 영상으로 이어 보면 회전 방향이 보입니다. 시계 반대 방향입니다. 북반구 저기압은 다 이렇게 돕니다. 그러면 태풍보다 북쪽에 있는 지역에서는 이 회전이 동에서 서로 지나가는 흐름이 됩니다. 우리나라가 지금 그 위치입니다.
두 이미지 모두 천리안 2A 위성이 찍은 것이고, 화면 위쪽에 촬영 시각이 찍혀 있습니다.
공항 관측은 기준 미달인데 왜 특보가 났을까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기상청 특보 기준은 이렇습니다.
| 특보 | 기준 |
| 강풍주의보 | 육상 풍속 14 m/s 이상 또는 순간풍속 20 m/s 이상 |
| 강풍경보 | 육상 풍속 21 m/s 이상 또는 순간풍속 26 m/s 이상 |
| 풍랑주의보 | 해상 풍속 14 m/s가 3시간 이상 지속 또는 유의파고 3m 이상 |
| 풍랑경보 | 해상 풍속 21 m/s가 3시간 이상 지속 또는 유의파고 5m 이상 |
그런데 앞에서 본 김해공항 값은 풍속 9.8미터, 순간 14.9미터였습니다. 주의보 기준에 못 미칩니다. 그런데도 부산에 강풍주의보가 걸려 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특보는 관측이 아니라 예상 기준입니다. "지금 이만큼 불고 있다"가 아니라 "이만큼 불 것으로 예상된다"에서 발표됩니다.
둘째, 특보 구역 안에서도 장소마다 다릅니다. 공항은 내륙이고, 바다에 면한 해안가나 높은 건물 사이는 훨씬 셉니다. 특보는 그 구역에서 가장 셀 만한 곳을 기준으로 나갑니다.
그래서 "우리 집 앞은 안 부는데 왜 특보야?"라는 느낌이 자주 드는 겁니다. 반대로 해안가에 계신 분은 훨씬 세게 겪습니다.
기관마다 숫자가 다른 이유
같은 태풍인데 우리 기상청과 일본 기상청 발표가 다릅니다.
| 한국 기상청 | 일본 기상청 | |
| 최대풍속 | 23 m/s | 18 m/s |
| 강풍 범위 | 강풍반경 250km (하나의 값) | 북동쪽 390km / 남서쪽 280km |
풍속 차이는 관측 시각과 분석 방법 차이로 보입니다. 어느 쪽이 틀렸다기보다 기관마다 분석 결과가 다를 수 있는 영역입니다.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범위 발표 방식입니다. 우리 기상청은 반경 하나로 발표하는데, 일본은 방향별로 나눠서 발표합니다. 그리고 이 태풍은 북동쪽이 390킬로미터, 남서쪽이 280킬로미터로 한쪽이 110킬로미터 더 넓습니다.
태풍 바람은 완벽한 동그라미가 아닙니다. 태풍이 움직이는 속도가 한쪽에는 더해지고 반대쪽에는 빠지기 때문에 진행 방향의 오른쪽이 더 센 경우가 많습니다. 이 태풍은 북동쪽이 더 넓고, 우리나라가 그 방향에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대비하나
바람 자체보다 위험한 게 파도입니다.
- 너울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먼바다에서 만들어진 파도는 바람이 그친 뒤에도 에너지를 유지한 채 해안까지 옵니다. 주기가 길어서 잔잔해 보이다가 갑자기 큰 게 옵니다. 방파제, 갯바위, 해안 산책로는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 베란다 화분, 간판, 공사장 자재처럼 날아갈 수 있는 것들을 미리 고정합니다.
- 해안 교량은 측풍이 그대로 들이칩니다. 진입 전에 속도를 줄이고 핸들을 단단히 잡으시는 게 좋습니다.
- 선박·낚시는 출항 전 해당 해역의 풍랑특보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태풍이 사라진다고 바람이 바로 그치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특보 해제 예고는 태풍이 소멸할 것으로 보이는 시점보다 뒤에 잡혀 있습니다. 기압 배치가 만든 바람이라 배치가 풀려야 잦아듭니다.

자주 묻는 것들
Q. 태풍이 우리나라로 안 오는데 왜 특보가 나나요? 태풍이 상륙해야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닙니다. 태풍이 남쪽 바다의 기압을 끌어내리면 우리나라와의 기압차가 커지고, 그 차이가 바람을 만듭니다. 태풍 진로와 특보 발효 지역은 별개로 보셔야 합니다.
Q. 강풍반경 밖이면 안전한 것 아닌가요? 강풍반경은 태풍 자신의 바람이 미치는 범위일 뿐입니다. 기압 배치가 만드는 바람은 그 밖 수백 킬로미터까지 갑니다. 반경 밖이라고 안심하실 근거가 못 됩니다.
Q. 강도 1이면 약한 거 아닌가요? 강도는 태풍 중심 부근의 최대풍속만 나타냅니다. 우리가 실제로 겪는 영향은 거리, 기압 배치, 지형, 그리고 태풍이 끌어올리는 수증기의 양이 함께 정합니다. 실제로 강도 1짜리 태풍이 습한 공기를 밀어 넣어 전선과 만나면 큰비가 내리기도 합니다.
Q. 태풍이 공기를 빨아들여서 바람이 부는 건가요? 그렇다면 바람이 태풍 쪽을 향해야 하는데, 실제 관측은 다릅니다. 태풍이 거의 정남쪽에 있던 부산에 북동풍이 불었고, 제주는 태풍 방향과 100도 넘게 어긋난 동풍이었습니다. 공기는 태풍으로 끌려가는 게 아니라 기압 경사면을 따라 옆으로 흐릅니다. 본문 「태풍이 공기를 빨아들이는 걸까」에 표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Q. 태풍이 위로 뿜어낸 공기가 내려앉아서 바람이 부는 건가요? 태풍 주변에 공기가 서서히 내려앉는 현상은 실제로 있습니다. 다만 이번 사례에서는 태풍에서 가장 먼 강릉의 기압이 가장 많이 올랐고 가까운 제주는 내려갔습니다. 거리와 반대로 움직였으니 태풍 기원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런 하강 운동은 아주 느려서 초속 10미터짜리 지상 바람을 직접 만들 힘이 못 됩니다.
Q. 폭풍반경이 0이라는 건 무슨 뜻인가요? 초속 25미터를 넘는 구역이 아직 없다는 뜻입니다. 태풍이 약해서 그럴 수도 있고, 발달 중이거나 약화 중이라 그럴 수도 있습니다.
Q. 바람이 언제부터 세질지 미리 알 수 있나요? 기압 배치가 먼저 바뀌고 바람이 따라옵니다. 이번 사례에서는 풍향이 뒤집히는 순간이 신호였습니다. 남풍이 북동풍으로 돌고 나서 사흘에 걸쳐 계속 세졌습니다. 방향이 바뀌면 배치가 바뀐 것이니 그때부터 주시하시면 됩니다.
정리
- 강풍반경은 태풍 자신의 바람이 미치는 범위입니다. 태풍의 영향 범위 전체가 아닙니다.
- 태풍은 멀리서도 남쪽 기압을 끌어내려 기압차를 키웁니다. 그 차이가 바람을 만듭니다.
- 다만 판을 기울인 게 태풍만은 아니었습니다. 북쪽에서 밀고 온 고기압이 절반쯤 거들었습니다.
- 바람은 태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게 아니라 기압 경사면을 따라 옆으로 흐릅니다.
- 그래서 반경 밖 수백 킬로미터에서도, 가장 약한 등급의 태풍으로도 특보가 나올 수 있습니다.
- 판단하실 때는 태풍 등급 이름보다 풍속 숫자와 기압 배치를 보시는 게 정확합니다.
- 태풍이 소멸해도 배치가 남아 있으면 바람은 계속됩니다.
이 글의 수치는 기상청 태풍정보와 기상특보, 국내 공항 관측값(METAR), 천리안 2A 위성영상에서 가져왔습니다. 관측 시각은 본문에 함께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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